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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수첩] 21세기 십자군 시대인가?...기독교-이슬람 곳곳서 충돌
코카서스, 지중해, 발칸 등 전략적 요충지 90년대 인종대학살 되풀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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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0-10-0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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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넓이 두 배 반 규모의 땅(나고르노-카라바흐)의 영유권을 다투며 인접국 아제르바이잔과 사실상 전쟁에 돌입한 아르메니아 정부 트위터에 지난달 27일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기독교 사제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한 손에는 성물(聖物)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든 채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과 함께 ‘믿음과 힘’이라는 글이 달렸다. 아르메니아 정부가 아제르바이잔과의 영토분쟁을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의 갈등으로 부각시켜 해 서방 세계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격화한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의 영토 분쟁을 비롯해 올들어 유럽 곳곳에서 기독교 대 이슬람교 구도의 갈등이 잦아지는 양상이다. 갈등이 불거진 지역은 발칸반도·코카서스·동지중해 등이다.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특성 때문에 유사 이래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아 ‘화약고’라고 불려온 지역들이다.

무력 충돌 닷새째로 접어든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영토 분쟁은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지원 의사를 거듭 표명하고, 오랜 가톨릭 전통을 가진 서방 국가 프랑스가 아르메니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범이슬람 대 범기독교의 대결구도가 한 층 짙어지고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30일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이번 문제(영토분쟁)를 야전에서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온힘을 다해서 돕겠다”고 말하며 군사 지원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터키는 인종(튀르크)·종교(이슬람)·언어적(95%가 동일)으로 동질성이 강한 아제르바이잔을 형제국으로 여긴다.

이런 터키측 공세에 프랑스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라트비아를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기자회견에서 터키의 아제르바이잔 지지 방침에 대해 “무모하고 위험한 언사”라고 비난하며 “아르메니아와 아르메니아인들에게 말하건대 '프랑스는 맡은바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아르메니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군사적 동맹관계인 터키와 프랑스가 종교적으로 대립하는 구도가 그려진 것이다.

아르메니아는 영토는 한반도의 13.5%에 불과하고 인구도 서울인구의 3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지만, 기독교 역사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작지 않다. 로마보다도 앞선 서기 301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국가이고, 구약성경 등장인물인 노아의 방주가 도달한 것으로 알려진 아라라트산(현재는 터키에 속함)을 국가 문장 한가운데 새길 정도로 기독교 색채가 짙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번 갈등이 주변 강대국들의 개입으로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종교적 유대감으로 아르메니아와 오랫동안 긴밀했던 러시아, 아제르바이잔과 종교는 물론 종파(시아파)까지 같은 이란이 각각 평화협상을 중재하겠다며 관여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아제르바이잔과 주로 협력해왔던 미국의 태도도 관건이다. 미국 이민자 중에서 유대인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것으로 유명한 아르메니아계가 향후 미국의 태도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기독교·이슬람 갈등으로 대학살 참극이 벌어졌던 구 유고슬라비아 지역에서도 과거의 비극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구 유고슬라비아 일원으로 있다가 2006년 독립한 몬테네그로에서는 최근 무슬림 주민들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세르비아 국경과도 가까운 국경도시 푸에블라에서는 지난달 초 모스크와 무슬림 주민들이 운영하는 상점 등이 극우주의자들로부터 잇따라 습격을 당했다. 기물이 파손됐고 곳곳에 낙서를 그려놓았다. 극우주의자들은 또 무슬림 주민들에게 “투르크인들아 여기서 당장 사라져라”라고 협박하고 세르비아 민족주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수도 포드고리차에서도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

몬테네그로는 전국민의 75%가 기독교 신자로 이슬람교(19%)를 압도한다. 무슬림들에 대한 공격을 촉발시킨 계기는 지난달 말 치러진 총선이다. 친기독교·친러시아·친세르비아 성향의 우파 야당 연합인 ‘몬테네그로의 내일을 위하여(ZBCG)’가 친서방 성향의 여당에 승리를 거두고 의회를 장악했다. 총선의 핵심 이슈 중에 기독교 관련 사안이 있었다. 2019년 정부 주도로 만든 ‘종교의 자유법’에 대해 교회가 “국가가 교회재산을 함부로 몰 수 할 수 있는 악법”이라고 반발했고, 민족주의 성향 야당이 동조하면서 표심이 집결돼 야당이 과반의석(81석 중 41석) 확보에 성공했다.

세르비아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극성 야당 지지자들이 승리에 환호하면서 무슬림 주민들을 공격하고 이슬람 사원 등을 훼손했다. 현재 분위기가 1990년대 중반 유고 내전 당시 보스니아 출신 무슬림들을 상대로 한 인종대학살이 자행되던 시절과 흡사하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고 알자지라 등 외신들은 전했다.

비잔틴제국·오스만제국 시절부터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인 터키와 그리스 사이의 종교 갈등도 올들어 유난히 두드러진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근 그리스가 동북부 터키와의 국경지대에 지난달 19일 설치한 15m 높이의 대형 십자가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터키와 그리스 언론들이 지난 21일 보도했다. 이 십자가는 밤이 되면 국경 너머 터키 지역까지 환하게 비춘다. 완공식에서 축사를 한 그리스 정교회 사제가 “터키인들이 십자가를 볼 때마다 우릴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터키 언론들이 전했다. 국경을 맞댄 이슬람 국가에 대한 일종의 도발로도 볼 수 있는 행위다.

그러나 공격의 빌미를 터키가 제공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오랫동안 박물관으로 이용돼오던 이스탄불의 관광명소 아야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아야소피아는 6세기 정교회 성당으로 세워졌지만, 동로마제국이 15세기 오스만투르크에게 멸망당한 뒤에는 황실 전용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다가 20세기 초 박물관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이를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에르도안이 다시 모스크로 바꿔놓았다. 정교회 국가 그리스를 필두로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판했지만, 터키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달 초에는 아야소피아처럼 오스만투르크 복속 뒤 모스크로 바뀌었다 박물관으로 이용되던 옛 정교회 코라 수도원도 비슷한 방법으로 모스크로 바꿨다. 이 수도원은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각종 이콘(성화·聖畵)들이 다수 보존돼있다는 점에서 그리스의 거듭된 반발을 불렀다. 이 때문에 최근 그리스가 설치한 대형 십자가는 터키의 잇딴 도발에 대한 대응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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