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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느 목사를 멍청한 겁쟁이라고 보는 이유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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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0-01-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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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저녁 "적화통일이 되면 순복음 교회가 숙청 1호가 될 것"이라는 순복음 교회 목사 이영훈의 망상적 주장을 접하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멍청한 겁쟁이"라고 비판했다. 세계 제 1의 대형 교회 목사를 향하여 멍청한 겁쟁이라고 했으니, 내가 왜 그가 멍청한 겁쟁이인지 부연 설명을 해본다.

그의 판단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근본주의자들의 상투적 수법, 반평화 반공주의 아류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아마도 그는 전광훈이가 무식하게 광화문에서 극렬한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이들을 연일연야 불러 모아 소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 부러웠는지 모르겠다. 근본주의 동색의 신앙을 가르쳐온 사람으로서 그와 자신이 다른지, 아니면 같은 색깔인지 밝혀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역시 전광훈이와 동류라는 것을 밝혀야 했다. 하지만 그는 전광훈이보다 전선을 더 큰 것으로 잡고, 다소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하나 더 붙였다. 전광훈이와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전광훈이와 같은 소리를 하면 그를 따르는 자처럼 보일 것이거나 동격으로 취급 될 것이니.... 하지만 근본은 같다. 양자의 주장 속에서 동일하게 근본주의자들의 억지와 무지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광훈이는 직설적으로 문재인 정권을 "주사파에 둘러 쌓인 빨갱이" 정권이라고 "고의적으로 악선전" 하고 있다면 이영훈이는 공산주의 세력의 적화통일 야욕이 남한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며 포괄적으로 신앙의 적을 규정한 것이 다르다. 마치 남북한을 모두 아우르는 거시적 시각을 가진 듯이 말한다. 그의 주장을 풀어 말한다면 문재인 정권을 이대로 놓아두다가는 마침내 적화통일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 순복음 교회"가 제일 먼저 화를 당할 것이라고 엄살을 떤 것이다. 여기에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허세적 위상이 정립된다. 공산주의 세력이 보는 제 1의 숙청 대상은 (위대한 순복음 교회)"자기네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냉전 시대의 유물로서 근본주의자들과 군사주의자들이 지난 70년 동안 남한 사회에서 염불 외듯 애용하며 우려먹던 "북한의 적화통일의 야욕" 레퍼토리를 다시 들고 나왔다. 우리 각기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소련이 적화통일 세력인가? 주민과 어린 아이들에게 굶주림을 안겨주고 있는 북한 정권이 적화통일 세력인가? 중국이 적화통일 세력인가? 북한이 적화통일 세력이라면 그럴 능력이나 가졌는가?

기독교인들이 적화통일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근본주의자들이 공산주의를 사탄이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사탄은 하나님의 적대세력이고, 따라서 사탄은 신앙인의 적이 된다. 그러니 사탄과는 대화도, 타협도, 관계도 하지 말아야 하는 영원한 적대성에 빠지게 된다. 사탄과 대화하거나 평화를 말하면 사탄이라는 공식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사고방식의 연장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문재인 정권은 사탄과 대화하는 좌파, 빨갱이라는 것이다. 사탄과 대화하고 평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사탄에게 속아 적화통일하도록 내어주는 꼴이라는 논리가 숨어있다. 이런 허황된 논리를 목사들이 아직도 유통하고 있으니 참으로 멍청하고 한심한 일이다.

근본주의자들은 이렇듯 70년 전에 우리 사회에 이입된 미국 군사주의자들과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주조해낸 냉전적 사고방식을 오늘도 지루하게 반복한다.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1980년대를 지나면서 미국-중, 소 양대 진영 간의 이념 전쟁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경제적 정의와 평등을 외치면서 자유-자본주의 세계를 공략했던 공산-사회주의 세력은 사실상 현실적으로 경쟁에서 뒤졌고, 이념적 가치는 다분히 파산했다. 미국이나 유럽 헌책방에 가보면 사람들이 버린 마르크스, 모택동 책들이 여기 저기 널려 휴지 취급받고 있다. 사람들이 믿고 따라야 힘을 가질 터인데 따르는 이들이 없는 것이다.

이영훈의 적화통일 위협론은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일본 패잔병들이 숲속에 숨어 살면서 전쟁질을 계속하겠다는 부쉬맨의 행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미안하지만 거듭 말하거니와 1980년대 말, 이념 전쟁은 이미 끝났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형교회 목사가 부쉬맨 노릇을 하며 과거 냉전의 논리에 매여 "적화통일 운운하며 숙청 대상이 될 것을 염려하는 망상"에 빠져있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요, 일종의 피해망상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일이다. 그런 짓 하려면 혼자나 할 것이지 분별력 없는 신자들을 헛짓거리 하도록 앞세우는 일은 사악한 짓이다. 근대 세계의 변화를 해명하는 책을 읽지 않고, 스스로 사고할 줄 모르는 목사들의 허접한 머리에서 나오는 폐해다.

중국과 국교를 시작하던 30년 전부터 우리는 과거 적대적 관계 속에 있었던 중국-소련을 비롯하여 과거 공산권 세계와 사실상 교역의 친구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소련이나 중국과 엄청난 교역을 하고 있다. 근본주의자들이 숭앙하는 미국조차도 2017년 중국과 788.5억 달라 어치나 교역했다. 일본과는 173.8억 달러, 한국과는 61.4억 달라 였으니 놀랍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2018년에 과거 공산국가인 중국에게 247.4억 달러 어치 물건을 팔았다. 미국에는 165억 달러, 일본에는 겨우 73억 달러다. 과거 공산권이었던 세계를 적대시하는 논리가 이젠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생각 없는 목사들이 헛발길질이나 하고 있다. 우리도 북한을 고립시켜온 망상적, 멍청한 극우들만 없었다면 독일과 같은 통일을 이미 이루어 냈을 것이다.

2018년 수치를 비교해 보자. 트럼프가 부자 나라라고 선전해 줄 만큼 남한의 경제력(GNI, 1,893조 4,970억)은 강하다. 남한의 경제력은 북한(GNI 35조 6, 719억원)의 무려 53배다. 개인으로 따지면 남한의 국민 소득은 3,678만원인데 비하여 북한은 겨우 142만원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일 아닌가? 142만원 짜리가 3천678만원 짜리를 이긴다고? 무려 30배나 가난한 북한이 남한을 적화통일 할 것이라고? 그럴 가능성은 나의 판단에 0%다. 현실분석이나 사실판단 없이 관성과 타성에 젖은 겁쟁이 멍청한 목사들이 앵무새처럼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강단에서 소가 되새김질하듯이 겁먹은 소리를 뇌이고 있다.

북한이 남한을 적화통일 할 수 있을까 과연? 군사력을 비교해 보자. 적어도 독서하는 목사라면, 조중동이 내보내는 신문이나 읽고 그들의 선전에 깜박 속아서 강단에서 흰소리 하면 안 된다. 세계 국방력에 관하여 비교적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중립국 스웨덴의 자료에 의하면 남한의 군사력은 2019년 세계 7위, 북한은 파키스탄 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18위다. 2013년 북한의 군사비는 1조원, 남한은 34조원을 썼다. 매해 남한은 북한 군사비의 33배~35배를 사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2019년 국방예산을 7%나 올려 11년 만에 최고인 국방비 46조 7천억 원을 집행했다.

미국의 과장된 통계를 따르더라도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33억 5천만 달러를 국방비로 사용했다. 북한이 사용한 10년 치보다 더 많은 것이 남한에서 집행하고 있는 단 한 해의 국방비다. 한 해의 국방 예산이 그러하니 수십 년 축적된 차이는 엄청날 것이다. 남한은 총생산액의 약 2-3%를 국방비로 사용하고 있지만 남한에 비하여 45배 이상 가난한 북한은 무려 총생산의 23.3%를 국방비로 사용하며 피를 흘리고 있는 데도 그렇다. 그런데도 목사들은 강단에서 "적화통일" 운운하며 거짓 선전을 하며 엄살을 떨고 있다. 멍청한 바보들 아닌가? 30층짜리 거대한 집에서 살면서 1층짜리 오두막집이 더 강하고 부자라고 호들갑을 떠는 멍청한 이들이다.

소련과 인접한 유럽 사회나 미국에서 소련이나 중국을 지칭하며 적화통일 운운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서로 자유 왕래하며 신념과 사상이 다소 다른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 상대방을 향하여 사탄이니 하나님의 원수니 하는 일이 없다. 아무리 자한당을 지지하는 마음이 불리하다해도 목사들이 나서서 바보 같은 짓 하는 일 이제 좀 그만 하자.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지면 이해는 된다. 근본주의자들이 1920년대부터 성경보다 더 소중한 원칙으로 믿는 논리, 곧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적대성을 종교적으로 포장하여 사탄의 역사라고 신도들에게 진리처럼 가르쳐 왔으니 그 타성과 관성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근본주의자들이 교회를 오염시킨 비신학적인 교정관념이다. 무수한 신자들에게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편견을 조장하는 일이며, 나아가 편견의 노예들이 된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애먼한 이들을 향하여 신앙 고백적 적대성을 품게 만드는 사악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내놓으라 하는 세계 제 1의 대형 교회 목사가 이런 사악하기 짝이 없는 수법을 아직도 유통하고 있으니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공산주의나 자유자본주의나 모두 100% 성서적이거나 선의 도구이거나 악의 표상은 아니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이념으로 전락할 경우 공산주의도, 자본주의도 예외없이 악의 도구로 적락하게 된다. 인간답게 연대를 나누는 평등한 삶을 도모하겠다는 명분을 위하여 폭력을 수단으로 사회를 전복시키려는 공산혁명의 논리는 이제 철이 지나도 한참 철지난 낡은 논리다. 더구나 국력이 40분의 1도 안 되는 북한이 남한 사회를 무력으로 적화통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정말 생각 없는 "멍청한"자나 주장할 일이다. 군사독재 시절 공안 검사들이 시시때때로 간첩 조작질이나 하며 선전하던 수법을 아직도 굳게 믿고 있는 격이다. 이런 조야한 주장을 세계 제 1의 대형교회 목사라는 자가 떠들고 있으니 나로서는 "멍청한 자"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다.

다른 영역에서는 이런 허튼 짓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그저 착한 무지렁이들이 모여 있는 종교 영역에서만 이런 후진적인 파렴치한 짓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근본주의 목사들은 왜 이렇게 멍청한 짓을 반복하고 있을까? 나는 그들의 멍청함 뒤에 교활함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전광훈이 부류나 이영훈이 같은 자들은 이런 멍청한 짓으로 목사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처럼 믿는 순진한 신도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정치적 행동을 하도록 세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과 행위를 빙자하여 편파적인 정치 선전을 하려는 것이다. 기독교 강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런 짓은 제대로 된 성직자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참으로 사악한 짓이다.

한 가지만 더 생각해 보자. 이영훈이는 엉뚱하게도 여당이 야당을 패싱하여 선거법을 개정했다며 분개해 하고 있다. 이 자는 민주사회의 합의 과정을 개떡같이 여긴다. 상당기간 토론으로 자기주장을 펼치며 서로를 설득했으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투표하여 다수의 표를 얻은 것을 함께 지지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다. 민주사회에서는 서로 생각이 달라도 다수의 선택을 소수가 관용해야 한다는 것은 기초 상식에 해당한다.

목사가 국회 밖에서 허구한 날 시위나 벌이면서 허송세월하는 자한당 편을 들으려면 자한당에게 더 좋은 개혁안을 내 놓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라고 합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의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기초도 모르는 자처럼 행동하는 목사를 나는 이 시대의 선각자라고 칭찬해 줄 수 없다. 총선이 다가오는 이 시제에 낡고 진부한 주장을 남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강단에서 떠드는 일은 정말 멍청한 짓이다. 그러니 내가 그를 멍청하다고 여기는 것을 나무라지 마시라. 세계 제 1의 순복음 교회와 그 신도들이 아깝다.

※ 이 글은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베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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