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더푸 목사 칼럼 - 우리는 언제쯤이면 서로의 민낯을 부끄러움 없이 마주할 수 있을까?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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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니더푸 목사 칼럼 - 우리는 언제쯤이면 서로의 민낯을 부끄러움 없이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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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1-02-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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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씩 교회서 광고시간에 영상으로 보여주는, 성도 가정에서의 구역모임이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 집하고는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은 사는 게 구질구질한 리얼리티 100% 현실판 버전이었다면 홍보 영상에 나오는 성도의 집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가정처럼 뭔가 더 행복하고 안정되고 평안해 보였다.
 
그렇다고 막 자기비하의 감정을 느꼈다거나 나보다 잘 사는 상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내가 느끼는 감정은 어쨌든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교회 구성원들의 구역모임을 독려하기 위한 홍보영상은 하나 같이 다 행복하고 안정되고 평안해 보이는거 아닌가.
 
영상이 가식적이거나 작위적이었다고 생각지는 않았으나 나 빼고 다 저렇게 사는 가 싶었고 내가 다니는 교회가 삶의 이면과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 홍보영상은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였을 뿐이며 교회 운영이나 설교 메시지, 목양 형태 모든 것이 중산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소위 중산층 복음이었을 뿐.
 
하긴, 누구든 곤한 세상살이에 교회 와서 현실을 잠시라도 잊은 체 위로 받고 싶고 은혜 받고 싶지 누가 예배광고 시간에서조차 외면하고픈 생생한 현실을 마주하고 싶어 하겠는가. 다분히 은혜스러운 영상을 보고 있는 성도나 그걸 제작하라고 오더를 내리고 사전에 확인했을 목사나 서로가 적당한 선에서, 현실과 은혜가 교차하는 정점에서 타협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도 그러한 성도와 목사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나 그러한 자화상이 때때로 슬프다. 이별을 직감하고 있으면서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데이트를 하는 연인처럼 이것이 내 삶도 아니요 복음이 아닌걸 알면서도 진실을 파헤치면 서로가 피곤해지기에 침묵하고 앉았다가 때가 되면 마치는 시간에 일어나 각자의 삶으로 가는 걸음이 때로는 공허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서로의 민낯을 부끄러움 없이 마주할 수 있을까? 집에서 빤스만 입고 돌아다니며 푸 같이 나온 나의 배를 아내 앞에서 감추려고 노력해 본적이 없다. 물론 아내입장에서는 꼴 뵈기 싫은 모습 일 테지만 가족이기에 빤스만 입고 돌아다녀도 부끄러움이 없고 꼴 뵈기 싫어도 용납하는 것 같다.
 
오늘 윤환이와 함께 한 큐티 아이 본문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이들이 나의 형제요 나의 가족이다’는 본문이었는데 우리는 정말 하나님을 아버지로 둔 한 가족처럼 서로를 대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과 고민을 하는 사람처럼 말하기에는 나는 신앙생활에 닳아도 너무 닳았다. 뭘 또 이스라엘 선비 충 코스프레인가. 평소 살던 대로 살자. 진실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피곤한 일이고 조금만 서로 비굴해지면 모두가 편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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