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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명 개척교회 홀연히 떠나고 원로도 거부한 목사
장유남산교회 이성범 은퇴목사 "복음의 본질은 조직이나 종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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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9-12-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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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본질을 깨달았다"는 목사는 인터뷰 내내 여유가 넘쳤다. 의구심(?)을 가지고 요리조리 캐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받아 적으라는 듯 술술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큰 교회에서 빈손으로 나와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한바탕 크게 웃더니 "No"를 크게 외쳤다.

이성범 은퇴목사(장유남산교회)는 교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상남도 창원과 김해 일대에서는 매우 특이하면서 유명한 목사로 알려져 있다. 이 목사는 20년 넘게 일군 교회를 3개로 나눠 부목사들과 공동 목회를 추진하고, 헌금을 무기명으로 받고, 직분제를 도입하지 않고, 65세 조기 은퇴를 시도하는 등 소위 개혁적 행보를 걸어 왔다. 교회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는 미련 없이 떠나기도 했다.

돈을 욕심내지 않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복음의 본질'이었다. 이 목사는 "복음의 본질이란 '하나님의 행하심'이다. 이미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임했다고 믿는 것이다. 측량할 수 없는 은혜를 삶으로 누려야 하는데, 지금 교회는 잘 믿으면 복 받는 식으로 교리화·관념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복음의 본질을 깨달으면 자연스럽게 교회의 공공성이 이뤄지고, 반대로 사유화와 세속화는 멀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남산교회를 통한 사역도 그 일환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목회자처럼 이성범 목사도 자신의 존재를 노출하려 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는 2001년 2월, 이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창원 남산교회의 '공동 목회'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이 목사가 조기 은퇴했다는 제보를 받아 몇 달 전부터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19년 전 보도도 부담스럽다며 고사했다.

극우화와 정교 유착, 세습, 반동성애 등 답답한 교계 현실에 좋은 소식 하나 전해 보자는 일념으로 거듭 인터뷰를 요청한 끝에, 이성범 목사에게 승낙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12월 26일 경남 김해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목사는, 인터뷰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자신의 목회 철학과 사역은 수많은 것 중 하나일 뿐이라며 '대안'이나 '진리'로 포장되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성범 목사는 전도사 시절이던 1979년, 경남 창원에 남산교회를 개척했다. 이 목사는 신학교 3학년 때 은혜를 받고 복음의 본질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에 따라 교회는 하나의 조직이나 종교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남산교회에서는 헌금을 무기명으로 내게 하고, 계급화 현상을 막기 위해 직분제를 만들지 않았다. 모두 '형제·자매'라고 불렀다. 교회는 담임목사 중심이 아니라 교인 중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처리할 일이 있으면 그때그때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했다. 어려운 일 당한 교인이 있으면 교회가 적극 나서서 도왔다. 수억 원 기금을 마련해 무담보·무이자 대출을 해 준 '어깨동무' 사역이 대표적이다.

남산교회는 창원 지역에서 별난 교회로 소문이 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회가 주류인 지역에서,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소속인 남산교회는 이단 의혹까지 받았다. 헌금도 내라고 하지 않고, 교회에 장로·집사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 목사는 "당연히 이단 소리도 들었는데 개의치 않았다. 성공하려고 목회하는 게 아니었기에 우리 교회만의 길을 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는 와중에 양적으로 폭발적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창원 남산교회는 3000명이 출석하는 대형 교회가 됐다.

이성범 목사는 교회가 성장할수록 불편함도 커졌다고 했다. 무엇보다 교단 요청에 따라 10년 만에 당회를 조직했는데 '이건 아니다'라는 확신이 크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양적으로 너무 커지니까 기존 분위기와 많이 달라졌다. 교인들이 상부상조하고 형제자매처럼 지냈는데 그게 어려워졌다. 규모가 커질수록 시스템을 요하게 되고, 교인들은 서로 잘 모르니까 눈치를 보거나 따로 지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교회를 나누는 방안을 논의했다. 기존 교회를 3개로 쪼개고, 공동 담임 목회를 하기로 했다. 재정과 행정은 분립하되, 각 담임목사가 2년씩 돌아가며 교회를 맡기로 했다. 교인들도 자유롭게 교회를 옮겨 다니게 했다. 2000년 12월 공동 목회를 결정하고, 이듬해 4월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동 목회는 1년 반 만에 종료됐다.

이 목사는 "막상 해 보니까 공동 목회는 한국교회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교인들이 담임인 나를 중심으로 뭉치려 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동 목회의 한계를 절감한 이 목사는 조용히 교회를 떠났다. 자신이 개척하고 20년 넘게 목회하며 대형 교회로 성장시켰지만, 별도로 퇴직금이나 전별금을 받지 않았다.

한두 달 기도원에서 생각을 정리한 이 목사는 2002년 12월, 김해시에 장유남산교회를 개척했다. 목회 방식은 기존과 동일했다. 무기명 헌금, 무직분제 등 교인 중심 교회를 지향했다. 0명으로 출발한 교회는 4~5년 만에 200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이 목사가 은퇴한 2017년 12월 말에는 400명 넘게 출석했다. 이 목사는 "솔직히 300명도 많다. 100~200명 교회가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범 목사는 창원 남산교회 교인 출신 최정식 목사를 후임으로 세우고 은퇴했다. 교회는 창원 남산교회 시무 기간을 합쳐 이 목사를 원로로 추대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 목사는 거절했다. 그는 "원로는 계급이다. 원로가 있으면 교회가 안정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원로가 없는 게 낫다. 이제 은퇴했으니 교인들에게 형제로 불러 달라고 요청하고 다닌다"고 했다. 이 목사는 창원과 김해에서 설교 초청을 받아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퇴한 이성범 목사는 주로 성경을 묵상하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평생 목회만 신경 쓰느라 노후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국민연금이나 교단 연금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아는 교회가 이 목사 은퇴 시 2억 원을 마련해 줬고, 현재 매달 10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이성범 목사는 인터뷰 내내 '복음의 본질'을 강조했다. 복음의 본질을 깨달으면, 자연스럽게 물질과 소유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세운 교회들에 미련을 갖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내가 세운 교회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다 하나님이 하신 거다. 교회가 잘되고 못되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다. 그런 주님의 교회에 뭐가 아쉬울 게 있는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교회는 '주님'의 것이기에 세습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사위가 개척교회 목사다. 은퇴할 즈음 사위를 후임으로 데려오면 안 되느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나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동안 해 온 사역이 왜곡될 수 있고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세습하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주장하는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교회는 어디까지나 주님의 교회다. 주님의 교회에 미련을 갖는 것 자체가 교회를 파괴하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과 관련해 짧게 언급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동성애, 차별금지법, 이슬람 때문에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하는데 정말 잘못된 논리다. 거의 가짜 뉴스다. 대꾸할 가치도 없는 음모론이다. 외부 요인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복음의 본질을 찾아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내가 큰 교회를 할 수 있었던 건 시대를 잘 만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렵다. 토양부터 사람까지 그때와는 모든 게 다르다. 성공주의와 번영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성범 목사와의 인터뷰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인터뷰 중간, 40년 목회 생활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거나 아쉬운 지점이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던 이 목사가 입을 뗐다. 그는 "아쉬운 건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하나님 사역에 쓰임 받았다는 것만 해도 감격이다. 주님의 종으로서 지낼 수 있다는 것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출처: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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