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들과 1500원짜리 커피 파는 목사 "목회는 교회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 아냐" >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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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소개 및 나눔] 학교 밖 청소년들과 1500원짜리 커피 파는 목사 "목회는 교회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 아냐"
[인터뷰] 컴포즈커피 점장 두현호 목사, 가슴 뛰는 일 찾다 청소년 자립 돕는 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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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0-12-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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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머신은 쉴 틈 없이 김을 내뿜었다. 아르바이트생은 20분 넘게 연달아 커피를 내보내며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고 외쳐 댔다. 매장 안에는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회사원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3평 남짓한 주방에서 점장과 알바생 3명은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공간은 비좁았지만, 동선이 꼬이거나 뒤엉키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평일 점심시간, 서울 마곡나루에 있는 컴포즈커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점장 두현호 목사(41)는 지난해 1월 카페를 개업했다. 주위에는 기업과 오피스텔이 입주해 있었고, 장사는 예상보다 잘됐다. 하지만 두 목사는 개업 초창기만 해도 손님이 몰려드는 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일이 서툴러서 기다리는 손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지금은 능숙해져서 한꺼번에 수십 명이 몰려와도 당황하지 않는다. 12월 3일 컴포즈커피에서 만난 두 목사는 "함께 일하는 아이들과 손발이 잘 맞아서 좋다.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목사는 이중직을 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카페에서 일하고,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청소년부 사역을 한다. 카페를 창업하기 전에는 학교 밖 위기 청소년을 돕는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어게인) 사무국장을 지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좀 더 가까이에서 돕고 싶었다. 어게인이 운영하는 '소년희망공장' 도움을 받아 컴포즈커피를 열게 됐다.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두현호 목사와 알바생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두 목사는 "12시부터 1시 반까지는 계속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좀 빠졌다 싶으면 손님들이 다시 들어온다"고 말했다. 인근에도 여러 카페가 있는데, 이곳만 붐비는 듯했다. 두 목사는 "우리 음료가 저렴해서 찾아 주는 것 같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밖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 30분도 안 돼 커피와 음료 수십 잔이 나갔다.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손님들이 찾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바쁜 와중에도 두 목사는 손님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물었다. 취재를 인지한 한 손님은 두 목사에게 "오늘 외상 되느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두 목사와 알바생들은 크게 웃었다. 기자가 손님들과 눈을 자주 마주치는 것 같다고 하자, 두 목사는 "교회에서 하는 것처럼 하고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두현호 목사가 처음부터 학교 밖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어느 날 교회에 '일진' 학생이 찾아왔는데, 이 학생과 교제를 나누면서 학교 밖 청소년의 존재를 알게 됐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가정 상황, 경제적 이유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힘들게 지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직접 뛰어들었다.

카페를 창업한 이유도 아이들과 관련 있다. 학교 밖 아이들이 카페에서 알바를 하면서 수입을 거두고,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돕고 싶었다. 처음 카페를 열고 서울 강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연락을 취했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학업을 지속하도록 돕고 싶으니 알바생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두 목사는 "센터에서 고맙다면서 아이들을 추천해 줬다. 일정한 간격으로 아이들을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9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고 했다.

"아이들은 여기에서 일하는 동안 학업을 하고, 검정고시 등을 준비한다. 한 친구는 사이버대학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있다. 향후 아이들이 더 큰 꿈을 찾아서 좀 더 큰 환경에서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고 하면 보내 준다. 아이들이 일하면서 자신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두현호 목사는 매일 오전 7시 출근해 12시간 정도 일한다. 부지런히 수익을 올려야 가게가 운영되고 아이들에게도 임금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노동강도가 만만치 않은 데다 일요일에는 교회 사역까지 감당하고 있다. 두 목사는 자신이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은 '아이들'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 근처에 오피스텔만 600호실이 있는데, 가가호호 방문해서 손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매장을 유지해야 (학교 밖) 아이들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만일 목회가 힘들어 도피처로 생각하고 카페를 열었다면 이런 전투력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수익 창출만을 위한 카페였다면 나 자신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한 동네에도 카페가 여러 개라 경쟁이 심하다. 두 목사는 컴포즈커피 인근에도 카페가 5개나 된다면서 경쟁 그 자체라고 했다. 조심스럽게 수익을 묻자, 두 목사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이들 인건비를 다 주고 있고, 나도 급여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돈에 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두 목사는 "우리는 커피를 1500원에 판다. 이걸 엄청 많이 팔아서 아이들과 임금을 나누고 가게를 운영한다. 예전에 느낀 5만 원과 지금 느끼는 5만 원의 차이는 너무 크다. 교인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십일조를 낸다는 것, 이것은 하나님 안에서의 엄청난 결단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두현호 목사에게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함께 일하는 아이들에게 직접 말로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목사는 "직접적으로 아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지는 않는다. 서로 배려하고 일하면서 지내면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사랑이 스며들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목사라는 사실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두 목사는 자신처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목회자들을 향해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조언했다. [출처: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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