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겪던 전도사, 인테리어 업체 사장 되다…"세상과 성도 이해하려면 목회자도 일해야" > 교육.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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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29장사람들] 생활고 겪던 전도사, 인테리어 업체 사장 되다…"세상과 성도 이해하려면 목회자도 일해야"
김명기 전도사 "목회자가 일한다고 비난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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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1-03-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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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전도사(43)는 고등학생 시절, 주의종이 돼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신학교에 진학하고 열심히 믿고 기도하고 섬기며 살았다. 신학교에서 아내를 만났고 함께 유학을 준비했다. 그런데 첫아이가 생기면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졌다.
 

약 15년 전 김 전도사가 섬기던 교회에서 받은 월 사례비는 40만 원. 유학은커녕 당장 세 식구가 먹고살기조차 어려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김 전도사는 일을 시작했다. 주변 목회자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일할 시간에 '기도'와 '목양'에 힘쓰라고 핀잔을 줬다. 3월 16일 서울 방배동에 있는 한 빌딩에서 만난 김 전도사는 "생활고를 겪는 입장에서, 목사님들의 조언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이 잘됐다. 통신 상품유통 사업을 했는데, 한 달 순이익이 1억 원이나 됐다. 2년간 호황이 이어졌다. 순탄한 시기는 금방 끝났다. 사기를 당해 20억 원을 날렸다. 빚쟁이들이 수시로 찾아오고, 가족과 따로 살아야 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오롯이 자신만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했던 김 전도사는 뒤늦게 하나님께 매달렸다. 사기 사건 이후 2년간 발길을 끊었던 교회를 다시 찾아가 기도를 올렸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간절하면 안 되는 게 없더라. 철거 일용직을 하면서 하루하루 버텼다. 수시로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매달렸다. 살길은 기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용직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인테리어를 배우게 됐고, 나만의 팀을 꾸리게 됐다. 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김명기 전도사가 설립한 '지음인테리어' 사무실은 대전에 있는데, 공사를 의뢰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전국구'인 셈이다. 기자가 서울 방배동에 있는 한 빌딩을 찾았을 때 김 전도사는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성당에서 사용하던 공간을 예배당으로 바꾸는 제법 규모가 큰 공사였다. 150평에 이르는 넓은 공간을 김 전도사 포함 5명이 달라붙어 작업하고 있었다.

"사장님, 여기 폐기물 어떻게 할까?"
"사장님, 배관 바로 깔게."

연배가 있어 보이는 팀원들은 사장인 김명기 전도사에게 반말조로 물어보고 일을 진행했다. 김 전도사 역시 반말로 작업을 하나 하나 지시했다. 일할 때는 냉정하게 하지만, 평소에는 살가운 사이라 편하게 말한다고 했다.

공사 현장은 각종 소음과 먼지로 가득했다. 기자가 낯설어하자 김 전도사는 "톱밥 냄새가 구수하지 않느냐"고 농담을 건넸다. 김 전도사는 이곳에서 3주째 작업을 하고 있었다. 타지에서 일하면 경비가 더 들어간다. 그런데도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서울이든 제주도든 가리지 않고 간다. 바쁘다고 일 들어오는 것을 거절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간다. 초심을 잃지 않고, 교만해지지 않기 위해 늘 신경 쓰고 있다."

하는 일 하나하나가 소중하지만, 특별히 교회 예배당을 공사할 때만큼은 더 신경을 쓴다고 했다. 올해 1~2월 개척교회 3곳을 공사해 주고 1000만 원을 손해 봤지만, 오히려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예배당 공사 현장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는 곳이다. 더 양심껏 일하고, 하나님의 제단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일한다. 그래서 고객도 나도 서로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사업에 미친 영향은 없느냐고 묻자, 김명기 전도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회사 광고를 따로 하는 것도 아닌데 일이 계속 들어온다고 했다. 기존 고객들이 알아서 지인들에게 소개해 주는 덕분에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고객에게 하나라도 더 해 주려는 마음을 보이니까 일거리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수입이 꽤 될 것 같다고 하자 김 전도사는 웃으며 "그건 대외비"라고 말했다.
 

김명기 전도사는 주중에는 인테리어 일을 하고, 주일에는 대전의 한 교회에서 찬양 인도를 한다. 김 전도사는 "나 같은 사람을 우리 담임목사님이 세워 주셔서 찬양 인도를 하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목사 안수를 받을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수련목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하기도 하고, (공사) 현장에서는 가끔씩 성질도 내고 해야 하는데 목사가 되면 못 할 것 같다. 지금 이대로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도사는 일을 하면 교인들 삶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목회자도 가급적 사회에서 일을 했으면 한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목회자들도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세상과 성도를 알 수 있으니까. 성도들은 세상에서 피 말리는 전쟁을 하면서 돈 벌어 헌금하는데 목회자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 설교 잘하는 것도 좋지만, 일을 통해 성도들 삶을 이해해 주고 받아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교회에서 기도만 하고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현장에서 피 터지게 일도 하고 욕도 먹어 봐야 성도들 애환을 알 수 있다.

물론 교회 규모가 있어서 목양하느라 바쁜 분들은 사역에 매진하면 된다. 다만 시간이 있는 목회자는 일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간혹 일한다고 뭐라고 하는 목사님들도 있는데, 생활비라도 대 주면서 그런 말 했으면 좋겠다. 월세 낼 돈도 없는 거 알면서, 본인이 내줄 것도 아니면서 왜 일하냐고 비난하지 않았으면 한다." [출처: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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